이전 화를 읽고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패트와 매트 콤비를 처음 알게 되어서다.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콤비가 얼마나 많을까!) “아둔하게 굴며 사람의 복장을 터뜨리는 한 쌍”을 가리켜 패트와 매트라고 부른다는 것도 당연히 처음 알았다. 다음 절기까지는 패트와 매트가 등장하는 애니메이션을 꼭 봐야겠다고 다짐하기도 했으나, 얼마 전 메모장에서 ‘패트와 매트 보기’를 발견하고 ‘이게 뭐지?’라고 자문한 것을 보면 가능성은 작다. 어쩌면 내 안에 이미 패트와 매트가 둘 다 있을지도 모른다. 복장이 터진다.
앞선 편지에 언급되었던 두 명의 편집자는 코 때문에(?) 코가 꿰여(??) 패트와 매트라는 애칭(???)을 얻게 되었을 것이다. 아무래도 이번 편지에서는 난다의 다른 편집자 두 명을 이야기하는 게 도의적(????)으로 걸맞을 것 같다. 어차피 나 말고 다른 멋진 필자가 앞으로 이 둘의 넘치는 장점을 이야기해줄 테니, 나는 패트와 매트처럼 이 둘을 한데 엮는 점을 짧게 이야기해보겠다. 고심 끝(?????)에 애칭을 지어보았다. 바로 ‘펑펑’과 ‘팍팍’이다.
애칭에서 눈치챌 수 있겠으나 이 둘의 공통점은 손이 크다는 것이다. “손이 크다”라는 관용구는 두 가지 뜻을 갖는다. 첫번째 뜻은 “씀씀이가 후하고 크다”이다. 동네 책방에 가면 펑펑의 눈은 휘둥그레진다. 나 같은 뚜벅이는 양손 가득 책을 들고 나오는 게 발휘할 수 있는 최대치의 욕심이다. 반면 펑펑은 책을 이삿짐 지듯 탑을 쌓아 안고 나온다. (접이식 수레를 동원하는 것도 본 적이 있다.) 다 다른 책이면 이해할 법도 하나, 같은 책도 여러 권이다. 좋은 것을 나누는 마음 덕분에 펑펑의 손은 점점 커지는 게 아닐까. (펑펑과 함께 있는 자리에서 밥값이라도 계산하려면 몸싸움을 불사해야 한다.)
“손이 크다”의 두번째 뜻은 “수단이 좋고 많다”이다. 이 뜻은 팍팍에게 더없이 어울린다. 팍팍은 편집도 하고 디자인도 하고 경영도 하는데, ‘도대체 언제?’라고 생각할 만큼 빡빡한 일정에도 제 할일을 어떻게든 해낸다. (심지어 카카오톡 답장도 빠르다!) 잠을 자지 않고, 오가는 차 안에서, 심지어 병원에서도, 링거를 맞으며, 커피를 마시며, 술을 주입(酒入/酎入)하며, 매운탕을 먹으며, 매운탕 안에 갖은양념을 팍팍 넣으며. 수단이 좋고 많다는 것은 주변에 사람이 많다는 말이기도 한데, 이들을 다 챙기는 걸 보면 팍팍의 하루가 얼마나 팍팍할까 싶다. 하지만 팍팍은 너무 바빠서 역설적으로 삶이 팍팍해질 수가 없다. 펑펑처럼 팍팍 또한 물건을 한두 개만 사는 법이 없다. (간혹 팍팍이 한두 개만 샀다 말할 때는, 그것이 박스 단위라는 것을 명심하라.)
책을 사랑하는 사람은 책을 읽고 모은다. 아무래도 펑펑과 팍팍은 책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것 같다. 책을 지나치게 사랑하는 사람은 책을 읽고 모으는 데서 그치지 않고, 그것을 직접 만들고 사고 나누는 사람이라는 것을 이 둘을 보고 깨달았다. 책방을 지나칠 수 없어 책을 산다. 지나치지 않은 마음으로 책을 만든다. 지나친 신중함으로 책을 나눈다. “지나친 것은 모자라는 것과 같다”라는 속담이 있지만, 펑펑과 팍팍에게는 지나친 것은 그저 지나친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것은 모자라는 것보다 훨씬 더 높은 가치를 가진다. 분명한 것은 ‘난다’의 책들이 지닌 돌올한 ‘한끗’이 이 손들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난다의 미래는? 폭죽이 펑펑 터진다! 이익이 팍팍 난다!
p.s. 패트와 매트의 손이 덩달아 커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있다. 난다의 수비(手鼻)수가 되는 일을 어떻게든 막아야 할 텐데……